칼럼

“태국 의료관광이 부럽다?…인건비 싼 후진국 산업일 뿐!”

“<중앙>의 1면 기획보도, 결국 삼성 영리병원에 특혜 주라는 것”


<중앙일보>가 지난 일주일간 무려 4일 동안 1면에 영리병원 기사를 배치하고 일련의 기획기사와 컬럼, 사설까지 동원한 영리병원 도입 여론 몰이에 나섰다. <중앙일보>의 주장은 간단하다. ‘멈춰선 메디컬 코리아’가 다시 순항하려면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다 하는 영리병원을 한국만 안해서 지금 메디컬 코리아가 못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기사는 언론 기사라고 보기에는 근거도 없고 허황되기까지 하다. 중앙일보라는 기업의 ‘주장’으로 보아주기에도 지나치게 일방적인 주장이어서 설득력도 없다. <중앙일보>가 지난 5일간 신문 1면을 할애해 실은 기사 16건의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한국의 경쟁국가가 인도와 태국 그리고 중국?


우선 <중앙일보>의 영리병원(주식회사병원, 또는 이른바 ‘투자개방병원’)의 기사는 근거가 없다.


한국의 의료는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아서 ‘멈춰선’ 것이 아니다. <중앙일보>는 인도와 태국이 의료관광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아 ‘경쟁국’에 뒤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이런 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을 슬그머니 감추고 있다. 인도와 태국의 ‘의료관광’은 인도의 인건비가 한국의 2%, 태국이 10% 수준이라는 점에 기반한 후진국형 산업이라는 점이다. 또한 한국의 경쟁국가가 과연 인도와 태국일까?


또한 <중앙일보>는 중국에는 7000개의 영리병원이 활약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 의료의 경쟁상대로 중국을 올려 놓는다. 중국의 영리병원 활약이 사실이라 치자. 그런데 <중앙일보> 말대로 ’7000개의 영리병원이 활약하는’ 중국의 의료는 어떤 상태인가? 도시인들은 아예 의료보험이 없고 농촌에는 의료보험뿐만 아니라 병원도 없어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수입하려고 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영리병원은 신흥 중산층에게만이라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도입한 것이다. 더욱이 중국정부조차 이러한 영리병원에 대해 규제를 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한국이 쫓아가야할 유럽의 무상의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자 <중앙일보>가 빼든 칼이 태국과 인도, 그리고 중국이라는 것은 삼성과 깊은 관계인 <중앙일보>의 눈높이가 매우 유치한 수준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따라가야 할 길은 중국이나 인도가 아니라 유럽과 복지선진국이다.


경쟁과 투자를 늘리면 의료비가 싸진다?


<중앙일보>는 국민들이 영리병원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과 그 이유에 대해서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영리병원이 안되는 이유가 “직역(職域)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의료산업도 투자와 경쟁은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춘다. 결국 의료소비자에게 득이다”라고 강변한다. 즉 영리병원이 의료비를 낮춘다는 것이다. 이는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부터 현 박재완 장관까지 시장이 만능의 해결사라는 신념을 가진 자들의 일관된 망상이다.


외국의 현실을 볼 때 영리병원의 의료비는 비영리병원보다 매우 높다. 전세계에서 가장 영리병원이 많은 미국에서 영리병원과 비 영리병원의 의료비를 비교한 연구를 보면 환자 1인당 의료비가 미국의 65세 이상 노인건강보험(메디케어) 환자만 놓고 보더라도 20% 가량 높다. 멀리갈 것도 없다. 한국의 보건산업진흥연구원은 한국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국민부담이 1조5000억 원에서 많으면 4조 원 이상까지 늘어난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영리병원 허용은 고물가 시대에 의료비 부담까지 높인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영리병원 허용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열쇠”라고 말한다. 이 또한 의료를 상업화하고 경쟁에 내맡기면 우리 삶이 나아진다는 시장주의자들의 단골 주장이다. 그러나 영리병원은 도리어 일자리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인다는 것이 이미 여러 차례 확증된 바 있다.


병원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하얀 가운들이다. 일반 제조업의 인건비가 전체 매출의 5% 정도를 차지한다면 병원은 많으면 50%까지가 인건비다. 병원이라는 곳, 사람의 치료를 다루는 공간은 사람의 노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병원이 본격적으로 주식회사로서 이윤을 추구하게되면 환자에게 받는 돈을 늘리거나(의료비 증가) 아니면 병원의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인력 고용 감소).


미국의 영리병원을 보면 간호직 등 일자리가 비영리병원보다 적고 비정규직이 많고 이 때문에 의료의 질도 비영리병원 보다 낮다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연구들의 일반적인 결과다. 그것만이 아니다. 영리병원은 돈을 벌자고 세워지는 병원이다. 따라서 돈이 안 되는 진료는 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도시에 몰린다. 또 응급실 등 돈이 안되는 시설은 축소하거나 아예 없앤다. 불필요한 과잉진료와 부당 청구등은 기본이다. 이미 미국에서 숱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법인 병원으로는 모두 비영리법인 병원만 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병원들이 돈벌이를 추구하면서 비상식적인 행태들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몇 배나 많은 척추수술이나 무릎 수술, 갑상선 수술의 결과를 보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척추나 무릎이 더 약한가? 더구나 무작위적인 지하철 병원광고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 치료비에 보태진다. 엠알아이나 다빈치 로봇수술기계 등의 인구당 보유비율은 전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어떻게든 돈 버는 진료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지금 민간의료기관만 90%에 달하는 한국의료의 현실이다. 병원의 지역편중도 심해 암에 걸리면 서울와서 진료를 받는 사람이 대구와 부산을 빼놓고는 30%~50%가량 된다.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았어도 이미 병원의 영리추구는 너무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아예 법적으로 영리추구를 합법화하자고? 삼성을 비롯한 대형 병원들을 위해?


<중앙일보>의 타이밍


더욱 기가막히는 것은 <중앙일보>가 왜 지금 이런 주장을 하는가의 문제다. <중앙일보> 기사 제목을 보자. “존스홉킨스 ‘한국과 끝났다’” 기사 내용을 보면 이렇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과 송도의 MOU도 물 건너간 것으로 확인됐다. 파트너십은 끝났다(MOU has expired). 그것(한국의 입법 지연)이 큰 문제였다”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송도에서는 삼성물산, 삼성증권, 일본의 다이와 증권 등이 돈을 투자하여 존스홉킨스 병원의 이름을 빌어 송도국제병원을 지으려 추진 중이다. 이 병원은 이미 부지나 그 외 여러 면에서 많은 특혜를 받았다. 그런데도 특혜를 더 달라는 것이 <중앙일보>의 주장이다. 외국인 환자 50% 이상 규정을 5년간 유예하고(즉 국내환자 대상 영리병원을 지어달라고 하고) 외국인 투자지분을 30%로 내려달라는 법안(삼성이 돈을 주로 대는 병원)이 올라가 있다. <중앙일보>의 기사 제목은 “삼성 영리병원에 특혜를 달라”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속내를 내비치는 글이 바로 13일자 중앙일보의 사설이다.


7월 13일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복지부는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신중하게 추진하라’는 한마디에 발목이 잡혔다”고 대통령까지 타박을 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나서 7월 14일 “당ㆍ정ㆍ청 정례회의에서 (제주 송도 지역)영리병원 허용 법안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합의했다고 보도가 되었고, 복지부는 <중앙일보>의 기사에 “복지부가 영리병원 추진에 소극적이었던 적이 없다”는 보도해명자료까지 냈다. 삼성 친족 중앙일보가 무섭긴 무섭다.


청와대는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나서서 한나라당표 복지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둘 다 <중앙일보>가 밀어붙이니, 영리병원 허용에 나서겠다고 한다. 이들의 머리 속에 의료비는 물가에 포함이 안되는가 보다.


영리병원 허용은 곧 의료비 폭등을 초래할 문제이며 한국의 보건의료제도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의료민영화 조치다. 전세대란, 살인적인 등록금, 고물가, 줄줄이 이어질 공공요금 인상속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제 의료비폭등마저 초래할 영리병원을 삼성재벌을 위해 또 터주려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은 또 뭔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실질적 무상의료정책’을 올해 초 당론화 하였다. 그런데 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이 영리병원을 허용한다면 그 당론은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은 <동아일보>와의 13일자 인터뷰에서 “송도국제병원은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되는 외국의료기관이다. (그런데) 내국인 환자가 국제병원을 이용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의 문제로 보면 된다.”고 송도의 영리병원 설치를 공언하였다.


민주당 지지를 선언하며 제주도에서 당선된 우근민 제주도지사도 계속 제주도 국내영리병원 설립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이거나 사실상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두 곳의 영리병원을 모두 적극 지지하고 나선다면 민주당이 당론으로 영리병원을 반대하고 무상의료를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마지막으로 <중앙일보>가 삼성 재벌의 홍보지 노릇을 하는 것까지는 좋다. 다만 <중앙일보>는 국민을 들먹이거나 소비자를 들먹이지는 말아 달라. 그냥 삼성을 위해 영리병원을 허용해달라고 말해라. 또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솔직하게 삼성을 위해서 영리병원 허용한다고 밝혀라. 제발 복지는 입에 올리지 말라. 민주당은 야권연대나 복지를 이야기할 시간에 제발 자기 식구나 잘 챙기시면 좋겠다.


이 정권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4대강, 언론사유화까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일까? 그래서 이번 8월 국회가 의료민영화까지 처리할 마지막 국회이므로 중앙일보가 염치불구하고 앞서서 나서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화답하면서 8월 국회, 마지막 날치기로 의료민영화까지 마무리 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계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만은 분명히 해두자. 영리병원 허용 및 의료민영화 조치를 시도하는 순간 그것은 이명박 정권이 정권의 명운을 걸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변혜진(건강과대안 운영위원/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 / 프레시안 7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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