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줄도산하는 보험회사…삼성생명은 안녕하신가?”



프레시안 11월 18일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건강과대안 부대표)

G20의 결과는 아직 구체적인 것이 없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조차도 거부하지 못한 것은 ‘금융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합의 내용이다. 지금 금융 규제 강화는 누가 보아도 당위처럼 보인다. 그런데 거꾸로 가는 정부도 있다. 바로 이명박 정부다. 여러 조치들이 있지만 대표적인 법률로 이번에 국회에 올리겠다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보자.

부동의 세계 1위 보험회사인 AIG가 사실상 도산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금융파생상품에, 다시 말하면 부동산 투기 금융파생상품에 무리한 투자를 해서 떼돈을 벌려고 한 것이 도산의 직접적 원인이다. 결국 AIG는 미국 정부의 850억 달러 구제금융을 받고 주식의 79.9%를 미국정부에 넘겼다. 850억 달러로 시작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은 이제 1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관계자가 블룸버그 통신에 말한 내용을 빌리지 않더라도 2년 뒤 AIG가 현재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소규모 회사로 남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한 번 망하기 직전까지 간 회사 ‘보험’을 드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 벌써부터 AIG 아시아 부문은 매각 자산대상 1호로 새 주인을 구하는 중이다. AI G 측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AIG한국 등은 복수의 매수자에 의한 매수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그런데도 AIG는 잠시 뜸하던 광고를 다시 대대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AIG만 이런 게 아니다. <뉴욕타임스> 2008년 10월 20일자를 보면 세계 5위의 보험기업 ING도 동일한 이유로 주가가 폭락해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전 세계 1위 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했고, 5위 회사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것이다. 보험회사의 줄도산 위험이 눈앞에 닥쳤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무리 치장을 한다 해도 보험회사는 결국 망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것이고 또 결국 금융 투기꾼이고 부동산 투기꾼이라는 점이다.

세계1위 보험회사부터 이러했으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보험회사들도 결국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낮아 울며 겨자 먹기로 민영의료보험이나 연금보험에 가입한 평범한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럼 다른 보험회사들은 괜찮을까? 삼성생명은? 대한생명은? 메트라이프는 안녕하신가?

안 그래도 국정감사에서 이러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민주당의 이성남 의원이 국회 금융위원회에서 보험회사들의 파생상품 투자가 30조 원인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각 보험회사들의 손실액을 솔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대답은 ‘영업 기밀이므로 밝힐 수 없다’가 다 였다. 도대체 얼마나 까먹었기에?

금융감독원 자료로 2008년 6월까지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의 외국 유가증권 손실액만 2조 원쯤 되고 삼성생명이 3863억 원, 대한생명 2846억 원이다. 그런데 아마 보험회사들이 파생상품투자나 기업대출로 큰 손해를 본 것은 2008년 하반기일 것이고 이번 10월에 가장 큰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손해를 보았길에 정부가 나서서 보험회사들의 ‘영업비밀’ 을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일까?

국민들의 개인 질병 정보는 죄다 보험회사들에게 넘겨주겠다는 정부가 보험회사 영업에 누를 끼칠까봐 국민들이 알아야 할 기업의 재정정보는 죽어도 못 가르쳐 주겠다는 것이다. 대단하다. 그래서 필자는 더욱 삼성생명이나 대한생명 등이 파생상품에 투자해 번 손실액이 궁금하다. 세계 제1위의 AIG도 망하기 직전까지 갔는데 삼성생명이나 나머지 보험회사들이 멀쩡하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하나?

기업들의 재정 건전성을 밝히는 것이 기업 ‘투명성’의 첫 번째 항목이 아닐까? 정부는 보험회사들이 보험가입자들의 돈을 가지고 투기에 날리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 당장 그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어떠한가?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에 만든 금융위원회가 11월 4일 입법예고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한번 살펴보자.

우선 보험회사의 파생상품투자를 몇 가지로 한정하던 규제를 완전히 풀어버렸다. AIG가 왜 저 지경까지 갔는지 모른다는 말인가? 또한 보험회사의 부동산 투기 규제도 완전히 풀어버려 부동산 투기를 합법화해주는 조항도 들어있다. ‘보험회사의 개발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강만수 장관의 약속을 실현시키는 법이 바로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 금융위원회의 보험업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 ⓒ프레시안

게다가 보험상품의 판매를 현재처럼 허가제가 아니라 업체의 자율 규제 방식으로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로 만든단다. 지금도 한국은 보험료를 100원을 내면 60원 정도만 돌려주는 정도로 보험회사들의 폭리가 심하다. 유럽은 80~85%, 미국도 최소한 70%를 돌려주도록 되어있는 규제가 한국에는 아예 없다. 보험금 지급률을 규제하고 보험상품을 표준화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네거티브 리스트 제도로의 변화라니.

이 내용만이 아니다. 보험회사에게 건강보험공단이 모아놓은 개인질병정보를 넘겨 의료민영화를 꾀하겠다는 내용이 바로 이 보험업법 개정안에 들어있다. 보험회사들은 보험 사기 적발률이 10%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더 많은 보험 사기 적발을 위해 개인질병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험 가입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셈이다.

보험회사가 ‘보험 사기 적발’의 예로 든 내용은 다음과 같다. 3년간 180일 이상 입원한 환자나 5000만 원 이상 보험 액수 청구 환자는 보험사기에 해당한단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암 등 중병에 걸리면 3년에 180일 이상 입원하는 일은 흔하다. 보험회사 광고들을 보면 암에 걸리면 1억 원을 준다는 광고가 넘쳐난다. 현재 보험 사기 적발률이 10%인데 보험 사기 혐의자는 3만 명이라고 생각한다니, 1년에 최소한 30만 명 이상의 개인 질병 정보를 볼 수 있고 고액 청구 환자 전체에 대한 개인 질병 정보를 보겠다는 이 법안은 진정한 속셈은 무엇일까? 건강보험공단의 개인 질병 정보를 삼성생명이 고스란히 넘겨받겠다는 것이다.






▲ 금융위원회 보험업법 보도 자료 중 개인 질병 정보 조회 기준. ⓒ프레시안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국가가 모은 정보를 사기업에게 넘기는 경우는 없다. 더욱이 가장 민감한 정보인 개인 질병 정보가 기업에게 넘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바로 미국 보험회사들이 벌이는 행각인 말도 안 되는 근거로 보험회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보험금 지급을 늦추는 일들이 발생할 것은 뻔하며 나아가 가족의 질병 등 병력에 따른 보험 가입 차별도 흔하게 행해질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식 의료제도, 영화 <식코>의 암울한 미래가 한국 의료의 미래가 되는 것이다.

보험업법은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보험회사들을 AIG로 가는 길을 장려하겠다는 법 그 이상이 아니다. 이에 더해 개인 질병 정보까지 넘기겠다고? 또 보험회사가 은행의 역할까지 하도록 지급결제능력을 부여해서 ‘삼성은행’을 편법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이 금융 위기 상황에서 금융 규제 완화 종합선물세트를 보험회사에게 주는 일을 하는 정부가 과연 제정신인 정부인가?

바로 이런 금융 규제 완화로 금융 위기를 불러온 부시 정부는 지지율 20% 대의 역대 최악의 미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게 되었다. 닉슨 전 대통령이 사임할 때의 지지율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구제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지금 구제해야할 대상은 부동산 투기꾼이나 금융 투기꾼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나마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다. 이명박 정부의 미래는 부시 대통령이 아니라 닉슨 대통령일 수도 있다.

후기

앞의 글을 보내고 난 뒤 금융감독원이 화요일 조간 발표 내용으로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올해 3월부터 9월까지의 생명보험사들의 순이익은 주가 하락 등으로 대폭 감소(45.7%)했으나 지급여력이 충분해(184.4%)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내용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급여력의 대폭 감소다.(52.7%) 그리고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굳이 촘스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정부가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정부가 말하지 않는 사실”이다.

전자공시의무가 있는 주요 5개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160.36%로 2007회계연도말에 비해 74.13% 포인트 급락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미래에셋, 교보생명, 동양생명이 150% 아래로 정부의 자본 확충 권고를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사실을 금감원은 발표하지 않았다. 나머지 두 개 회사인 삼성생명도 지급 여력 비율이 64% 포인트가 떨어져 최대의 급락을 기록했고 금호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가장 크게 떨어져 재무 상황이 최악이라는 공공연한 비밀도 밝히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국내 보험사 중 가장 큰 회사 5개가 보험가입자들의 돈을 돌려주기가 쉽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발표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10월부터의 주식 및 채권의 급락 부분을 반영하지 않은 자료다. 10월 이후의 재무 상황은 이번에 발표된 3월부터 9월까지의 상황을 더한 것보다 채권 및 주식투자에 의한 손실이 더욱 클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9월말 코스피 지수는 1448이고 어제 코스피 지수는 1078이다.

이번 발표는 오히려 삼성생명을 비롯한 모든 생명보험회사들의 과거가 아닌 현재의 지급여력비율 및 보험영업수지, 투자영업수지 등의 자세한 재무 상황을 정부가 국민들에게 솔직히 알려주어야 할 필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정부가 하려는 보험업법은 위기에 처한 생명보험사에게 금융 규제를 더 완화하자는 것이다. 즉 가입자의 보험료를 금융 투기로 날린 이들 생명보험사들의 손실액을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를 더 쉽게 ‘뜯어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부동산 투기와 금융 투기에 더 투기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의 내용이다. 의료 민영화? 이런 민영보험사들에게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보험의 책임을 분담시킨다? 의료 민영화가 국민이 아니라 금융기업들의 이윤을 위한 것이며 또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현재 상황만으로도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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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보험회사들도 구제하자고 말할 셈인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금융규제 완화가 아니라 금융규제 강화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금융자본에 대한 구제가 아니라 국민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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