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이들이 일단 멈춘 의료민영화, 완전히 멈추자

‘5월 24일 홍대 ‘2014 생명 평화 공존 콘서트 – 이윤보다 생명’

“이윤보다 생명이다” 우리에게 이 구호가 이처럼 절박하고 현실감있게 다가온 적이 있던가. 아직도 사실이 아니었으면 싶은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말은 가슴을 찢는다.

정부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 하지만 이번 참사는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규제완화’가 만든 참사다. 심지어 국가의 최소한의 기본적 의무인 구조작업조차 민영화한 대한민국 정부의 민낯을 우리는 대면했다.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사람들의 물음은 당연했다.

대통령 의지대로라면 4월말 실행 예정

창자가 끊어지는 슬픔이란 어떤 것일까. 경험도 없고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죽은 자식의 영정사진을 저마다 끌어안은 부모들은 대통령에게 물어보고 싶었다.“우리도 국민입니까?”. 경찰차에 가로막힌 채 청와대 앞 찬 아스팔트 바닥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그렇게 오열하며 밤을 지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역시나 다른 사람의 슬픔에 대한‘공감’ 은 없었다. 공감은커녕 대통령의 답변은 ‘세월호 사고가 국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면 안되며 규제완화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규제완화 집착증은 현재 의료에 1순위로 꽂혀 있다. 복지를 늘리고 ‘국민의 동의 없는 민영화는 없다’ 던 대통령은 임기 1년만에 철도에 이어 의료민영화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병원을 통해 돈을 벌고 싶은 투자자들을 위해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만들어준다고 약속했다. 병원의 부대사업 규제를 완화해 환자치료와 직결된 의료기기․ 의료용품, 건강식품, 화장품, 온천장 등으로 확대해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비영리법인’이라는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 ‘영리자회사’도 갖도록 하는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묘책도 발표했다. 또 병원을 사고 팔수 있는 인수합병도 허용해 주겠다고 했다. 물론 신의료기술․ 의약품 평가에 대한 규제완화도 잊지 않았다. 모두 병원에게는 돈벌이를 위한 규제의 빗장이 열리는 것이지만, 환자들에게는 안전과 생명에 대한 최소의 보호막이 붕괴되는 조치다.

이런 의료민영화의 핵심조치인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병원 영리자회사 설립 가이드라인 발표는 대통령 의지대로라면 4월 말에 실행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6월에는 의료민영화를 위한 모든 조치들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개정 없고 그 흔한 공청회 한번도 거치지 않겠다는 거였다. 국민의 뜻이나 민주주의, 환자의 안전과 생명은 불필요한 걸림돌이거나 병원 돈벌이에 대한 규제일 뿐이었다.

그러던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멈춰 서 있다. 그 4월, 수 백 명의 아이들이 대통령을 멈춰 세웠다. 차디찬 바다 속에 가만히 갇혀서 차갑게 식은 채로 그렇게. 아이들이 대통령에게 멈추라고 당신도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사실이다. 슬프고 잔인한 진실이지만 의료민영화는 지금 아이들의 목숨으로 멈춰서 있다. 지난 4월 24일 병원들의 돈벌이를 완전하게 허용해주려는 영리 자회사 설립 회의는 복지부가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책임지는 주무부처가 되면서 미뤄졌다. 그래서 영리병원이 사실상 허용되는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지금 그렇게 의료민영화를 규제완화를 가만히 막고 있다.

그리하여 ‘2014 생명 평화 공존 콘서트 -이윤보다 생명’이 의료민영화에 맞서고 이윤보다는 생명이라는 가치를 알리기 위해 열린다. 의료비 증가율이 세계 1위인 나라 대한민국. 지난 2년 동안 가난한 사람들이 아파도 병원에 못 가 끙끙 참아서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1/5인 10조원이 남은 나라. 지난 9년간 자살률 1위. 산업재해로 죽는 노동자 1위를 달리는 나라 대한민국. 이런 나라의 기업과 정부가 만든 세월호 참사와 규제완화라는 재앙.

아픈 사람 병원 안 가서 10조원이 남는 나라

우리는 아이들의 죽음 전에 기획된 이 콘서트를 알리면서“이윤보다 생명” 이라는 구호가 너무 가슴 시리고 아프다. 하지만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일어서야한다. 아이들이 멈춰 놓은 규제완화와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의료민영화에 맞서야 한다.

우리는 돈만 된다면 생명과 평화와 공존을 ‘규제’라 부르고 걸림돌이라고 하는 저들에 맞서 연대하고 손을 맞잡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용기를 내 노래할 것이다.

‘잊지 말아 주세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수많은 눈망울들이, 불빛들이 보인다. <2014 생명 평화 공존 콘서트- 이윤보다 생명>은 그 눈망울들이 우리에게 생명과 평화 그리고 공존의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가라고 일러주는지 듣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상은, 윤영배, 강허달림, 킹스턴 루디스카 등 생명과 평화와 인권을 노래해 온 뮤지션들이 5월 24일 토요일 저녁 6시, 서울 홍익대 앞 롤링홀에서 ‘이윤보다 생명’을 노래한다. ‘모두를 위한 의료’를 취지로 열리는 콘서트는 텀블벅 후원을 통해 지정좌석을 예매할 수 있다. 텀블벅 후원 페이지는https://tumblbug.com/healthforall.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 변 혜진

* 이 글은 변혜진 운영위원이 <한겨레21>[2014.05.26 제1012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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