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돈 있는 사람만 진료받고 돈 없는 사람은 진료를 받지 못해 건강이 나빠지고 죽어가는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니다. 의료를 상품으로 인정하는 순간 병원은 기업이 되고,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은 장사꾼이 된다. 그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에게 간다. 단순히 의료비가 더 들어 가계 부담이 늘어나는 것 뿐 아니라 건강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의료의 상업성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의료 행위를 하는 병원이 늘어가고 있다.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진료 행위도 늘고 있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상품을 ‘끼워팔기’ 하는 사례도 많다. 이러다보니 의사-환자간 신뢰 관계가 깨지고 상호 불신이 높아가고 있다. 환자는 의사를 장사꾼 혹은 사기꾼 취급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생각하는 의사도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의료 제도나 구조 탓이 크다. 이와 같은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와 자본 탓이다. 병원은 지역사회에 적정한 규모와 수로 있어 과다 경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런 부분의 정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까닭이다.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는 자본이 그나마 현재 한국사회에서 돈이 되는 산업으로 의료산업을 꼽아 이를 타락시켜서라도 이윤을 창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나 구조 탓이 크지만 개별 병원이나 의사의 책임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이러한 제도나 구조를 개혁하려 하기보다는 순응하고 그 안에서 떡고물을 챙기고자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부라면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맞다. 구체적으로는 병원간 경쟁을 완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규제를 해야 하고, 병원들이 규모를 키우고 신종 장비를 사들이는데 혈안이 되기보다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더불어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병원 문턱을 더 낮추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정책은 이와 정반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 정부는 작년 12월 13일 이른바 ‘투자활성화 대책’이란 것을 발표했다. 그런데 의료 부문 투자활성화 대책은 모두 ‘의료 민영화’ 정책으로서 병원이 현재보다 더 돈벌이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대책이었다.

병원이 자체적으로 주식회사를 만들어 환자들 대상으로 의료 외에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해 주겠단다. 병원이 팔 수 있는 상품과 영업의 범위를 무제한 확대하여 병원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화장품, 건강식품 등도 팔 수 있게 하고, 호텔, 헬스장, 온천장, 부동산업 등도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지금보다 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런저런 상품들을 ‘끼워팔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병원간 인수합병을 허용하여 거대한 네트워크 체인병원이 들어서서 상업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주겠다고 하고, 주식회사 대형 네트워크 체인 약국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고 한다. 효과는 불분명한데 부작용은 클 뿐더러 의료비도 상승시킬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는 것도 큰 문제다.

국민 건강을 희생시키고 국민 호주머니를 털더라도 누군가 돈을 버는 이들이 있기만 하면 좋다는 생각에 기반한 정부의 이런 ‘의료 민영화’ 정책은 결코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일부 기업과 병원만을 위한 정책인 것이다.

이상윤(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 / 양천아이쿱 3월 소식지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